자동필통 2종

 오랜만에 훼이보릿 업데이트입니다. 이번 훼이보릿에 대해 설명

 하기 전에  먼저  한가지 확실하게 전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습니

 다.


 일전에 어떤 분께서 훼이보릿에 소개해달라며, 오래된 국민학교

 교과서와 책박침, 딱지 이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동안의 훼이보릿 리스트 중에 만화풍선껌이나

 뱀주사위놀이 때문에  수족관새의 훼이보릿은  복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비록 제가 복고적인 취향

 을 다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것이 단지

 오래되고,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것을 훼이보릿 리

 스트에 올리지는 않는다',  란 말씀입니다.  그런 쪽의  리스트라

 면, http://www.omoo.com 에서 아아주 감명 깊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몹시도 훌륭한 리스트입니다.)


 오히려  수족관새가 흥미를 느끼는  관전포인트(흐흐, 야구용어

 입니다.)는  뱀주사위놀이를 처음 만드셨던 분,  혹은  일본에서

 들여와 처음으로 번역하셨던 분,  에또, 그러니까, '나쁜일을 하

 면 벌을 받아 후퇴하며  착한일을 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드라이

 브를 하지요.  여러분은 언제나 착한 일만 하세요' 라는 식의 문

 장을 처음 만드셨던 분의 심리상태, 혹은 정서상태,  과연 제 정

 신으로 저런 것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계실까, 가  바로 수족관새 훼이보릿의 관전포인트입니

 다.


 자,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일명 자동필통이

 라고 불리웠던 필통이 이번 훼이보릿입니다.  대부분은  기억하

 고 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시

 던 분들이라면 말이죠.


 1단 지우개,  2단 연필깍기, 3단 돋보기,  4단 뚜껑 열기, 5단 옆

 구리 뚜껑열기, 뭐 대강 이런 식이였습니다. 실제로는 실용적으

 로 사용할만한 그런 제품은 전혀 아니였습니다.  학습능률을 올

 려주기엔 역시나 터무니 없는 제품이고, 택도 없는 메커니즘 때

 문에,  가격도 무척 비싼 축에 속했습니다.  가끔 일본에  갔다오

 신 친척분들이  일제자동필통을 애들 선물 1순위로  사다주셨으

 니, 역시 자동필통의 기원도 일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저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대관절 자동필통은 어떤 정서적인 바탕, 어떤 시대적 흐름을 타

 면서 탄생하신 걸까요?  자아, 바야흐로 80년대라... 뭐, 역시 뻔

 한 얘기가 되겠지만,  냉전 시대에다가  재패니메이션의 부흥기

 였죠. 바로 떠오르는 얼굴, 미국의 전신타이즈 떡대영웅들에 대

 항하기 위해 탄생하신 메카닉 로봇, 그 이름도 거룩하신 마징가

 제트.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에다가  일본 특유의  미니멀리즘,

 메카니즘이 결합하여, 자동필통이란  몹시 기형적이고,  초변태

 스러운 학용품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

 다.


 어쨌거나, 자동 필통, 저의 훼이보릿입니다. 수업시간에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1단, 2단, 3단, 4단, 5단 버튼을  조심조심 누르

 던 옆자리 소년이 바로 오늘날 수족관새가 되어있습니다.  그다

 지 멀거나 가깝지 않은 과거의 얘기들이죠.